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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융합]올 한 해 수고한 인공지능, 그 다음은?

SW중심사회 2016-12-08 12971명 읽음

 

 

 

 

지난 8월 말, 유튜브 사이트 통해 공개된 루크 스콧(Luke Scott) 감독의 SF 스릴러 <모건(Morgan)>의 예고편을 본 적 있는가? 인공지능 실험을 위해 키워진 소녀 모건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이 영화의 예고편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왓슨은 예고편을 제작하기 위해 공포 영화 100편을 분석해 특징을 찾아내는 학습 과정을 거쳤다. 이를 기반으로 예고편 트렌드에 맞춰 최적의 장면을 추려내고 하루 만에 10편의 예고편을 만들어냈다. 사람의 손에 맡겼다면 족히 한 달 넘게 걸리는 일을 하루 만에 처리한 점도 놀랍지만, 창조자에 반항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영화 예고편을 인공지능이 만든 점도 아이러니하다.

 

올 한 해 전 세계 ICT 시장의 이슈로 인공지능의 열풍을 빼놓을 수가 없다. 스스로 학습하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세계적인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사건은 인공지능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지난 11월 17일 EBS <장학퀴즈>에 출연한 토종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은 지난해 수능 만점자, 장착퀴즈 왕중왕 등 퀴즈 고수들과 대결해 30문제 중 25문제를 맞히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얼마 전에는 일본판 알파고인 ‘딥젠고(DeepZenGo)’가 조치훈 9단과 바둑 대결을 치렀다. 알파고 때와는 달리 2승 1패로 조치훈 9단이 승리했지만, 인공지능이 세상을 놀라게 할 일은 분명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EBS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토종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TRI·KAIST 개발)’(좌)과

조치훈 9단과 대국을 치른 일본의 인공지능 ‘딥젠고’(우)

 

그도 그럴 것이 알파고의 승리를 이끈 결정적 기술, 구체적으로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딥마인드(DeepMind) 시스템의 행보가 예의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에 도전장을 낸 것. 스타크래프트2와 같은 전략 게임에서는 상대방 전략에 대한 실시간 대처가 필요하다. 딥마인드가 이 게임에 도전하려는 이유도 인공지능이 현실만큼이나 복잡한 문제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공지능 입장에서 난제일 수 있는 실시간 문제 해결력에 도전, 새로운 정보를 바로바로 적용하여 장기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인공지능에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 가능성도 입증되었다. 지난 6월 미군의 전투기용 인공지능 알파(Alpha)는 베테랑 파일럿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사람보다 무려 250배나 빠른 속도로 상황을 분석 및 판단해 전술을 수행한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인간이 현실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와 풀어야 할 숙제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과 진화를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환경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을 기대해볼 만한 성과도 조금씩 보인다.

 

최근 구글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전기를 절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고,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40%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데이터센터가 매년 소비 에너지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절감은 물론 기후 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역할까지도 인공지능에 기대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외계 행성 관측 데이터를 제공하면 몇 초 만에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판단해주는 인공지능 ‘RobERt’를 개발했다. 길면 몇 주 걸리던 판별을 인공지능이 신속하게 처리해주고 정확도가 99.7%나 된다고 하니, 어쩌면 인류의 터전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베테랑 조종사를 이긴 인공지능(좌)과

인공지능 도입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40% 절감한 구글 데이터센터(우)

 

이렇듯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활동 영역을 넓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것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말이다. 최근 공개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셰필드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재판관의 판결 결과는 실제 유럽인권재판소 판결과 비교할 때 79%의 정확도를 보여준다고 한다. 앞으로 판사봉을 사람만 잡으란 법은 없게 되었다.

 

미국 NBA 리그 토론토랩터스는 드래프트 지명 선수 선정에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한다. 지금껏 선수 지명은 감독이나 스카우터의 몫이었지만, 인공지능은 해당 선수의 슛,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온갖 통계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하여 선수 낙점에 도움을 준다. 재미있는 건 단순 통계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인공지능은 언어학 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선수 SNS까지 뒤지며 인성과 개성까지 분석한다는 것이다. 즉, 선수의 실력은 물론 인간성까지 고려해 선발하려면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해졌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17년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보편화된 인텔리전스(Intelligence Everywhere)’를 언급했다. 고급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이 스마트기기와 서비스를 지능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가동하는 자율 시스템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 개인비서 VPA(Virtual Personal Assistant), 스마트 어드바이저(Smart Advisor) 같은 지능형 서비스가 퍼질수록 ‘지능형 디지털 메시(Intelligent Digital Mesh)’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기반의 기기, 소프트웨어, 서비스들이 상호 융합하는 이종 교배로 급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생활 밀착형 인공지능 ‘아미카’ 발표와 함께 선보인

빌딩 내 지도 제작 로봇 M1(좌)과 자율주행 자동차(우)

 

이와 비슷한 취지로 국내 대표적인 검색포털 네이버가 생활 밀착형 플랫폼에 자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대화 시스템 ‘아미카(AMICA)’를 개발 중인데, 다양한 생활 서비스와 기기를 통해 사람, 상황, 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여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날씨 안내, 교통 체증, 음악 추천, 피자 주문 등 생활 곳곳에 공기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스며들게 하는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스탠포드대학이 발표한 인공지능 관련 보고서에선 2030년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과 짐을 싣고 도로를 달리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봇은 클라우드 기반의 머신러닝과 대화 인식 기술이 접목되어 사람처럼 얘기를 하고, 학교에선 인공지능 보조교사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쯤 되니 그 때가 되면 우리의 직업을 인공지능에 뺏기게 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직업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인간이 해야 할 새 직업들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제품과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 되어 생활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모터스를 이끄는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 소득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간이 하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직업 중 일부 작업)을 대체하게 되면 좋은 면에선 사람들이 지금처럼 더는 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 소득이 필요해진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6월 스위스는 국민 전체에게 매달 일정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에 대해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도 했다(물론 반대 76.9%로 부결됐지만). 핀란드도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월 600달러를 지급하는 실험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본 소득 제공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인간 입장의 정책들을 준비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생활 밀착형으로 다가오는 만큼,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는 정책도 생활 밀착형으로 준비하고 연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SW중심사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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