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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으로 완성되는 홈오토메이션과 미래

SW중심사회 2017-02-22 6965명 읽음

 

 

어린 시절 잡지에서 본 기사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 ‘20XX년 미래의 모습’이란 제목의 기사였는데, 공상과학에서 자주 다루는 뻔한 내용임에도 그 페이지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자동차,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화상 전화기, 밖에서도 집안의 모든 것을 원격 조정할 수 있는 미래형 주택의 모습까지…. 호기심 왕성한 소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던 장면 하나하나가 십수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으로 묻어버렸던 것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지만, 돈만 있으면 땅과 하늘을 누비는 비행자동차를 탈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손목에 차는 통화 기능의 스마트 기기는 시장에 등장한 지 시간이 꽤 되었다. 미래 주택을 대변하는 홈오토메이션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사물인터넷으로 누리는 2017년의 풍경  

새벽부터 세찬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떴다. 평소보다 출근길이 막힐 것은 당연지사. 스마트폰이 스스로 알람 시간을 30분 앞당긴다. 알람이 울리기 15분 전,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스마트 조명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방안을 서서히 밝히며 아침 기상을 도와주고, 공조 시스템이 보일러를 온수 모드로 바꿔 일어나자 말자 따뜻한 샤워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재빨리 출근 준비를 마친 뒤 현관으로 나서자, 현관 한쪽에 놓인 우산꽂이가 붉은색으로 반짝인다. 꽤 심한 비바람이 불 예정이니 튼튼한 장우산을 챙기라고 추천하는 신호다. 집에서 벗어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온 지 5분쯤 됐을까, 집안의 전등은 모두 알아서 꺼지고 가스 밸브도 자동 차단된다. 보일러 역시 외출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먼 미래가 아닌 2017년 현재의 모습이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라 부르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은 우리에게 더는 생소한 기술이 아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람이 원하는 일을 처리해주는 기술로, 스마트폰, 세탁기, 냉장고, 보일러 같은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시간, 장소, 사물이 제약 없이 모두 연결된 새로운 차원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사물인터넷은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이뤄내는 마법사 같은 존재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홈오토메이션을 구현한 NEST의 스마트 공조 시스템(좌)과 날씨를 알려주는 스마트 우산꽂이 레인체크박스(RainCheckBox, 우)>

 

 

지금 이 순간,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간의 소통법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해 시각이나 청각 등을 통해 상대방을 인지하고 말이나 글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는다. 사물들 사이의 소통 역시 이러한 것들이 존재하는데, 공통 화제만 있으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달리, 사물끼리 대화하려면 몇 가지 기술이 더 필요하다. 상대 사물을 인지하기 위해 공인 IP 주소나 특정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ID가 필요하며, 사물끼리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인 서비스 인터페이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의 네트워크 인프라, 소통을 위한 정보를 생산하는 다양한 센서들과 데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사물들은 위치, 온도, 습도 등의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모든 소통은 상대방을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앞서 언급한 IP 주소나 서비스 ID를 이용해 소통할 상대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정된 상대 기기와 소통하려면 다양한 센서들이 필요하다. 어떤 정보에 대해 소통하려는 지에 따라 해당하는 센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센서는 온도, 습도, 열, 가스, 조도, 초음파 등의 환경 요소를 파악하고, 위치, 방향, 모션, 영상 센서 등을 통해 얻어낸 부가 정보를 기반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국공통어인 영어를 사용하듯, 사물 간의 소통에서도 공통 언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공통 표준 언어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상대 기기가 사용하는 API에 맞춰 개발해야 하는 상황인 것. 

 

네트워크 인프라는 사물끼리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한 기술로는 블루투스, 무선랜 등의 근거리통신기술과 3G, LTE 등의 이동통신기술, 전화, 이더넷 등의 유선통신기술 등이 있다. 기존 통신 기술과 별개로 사물인터넷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네트워크 인프라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저전력, 저비용, 저용량이라는 차별화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물인터넷 전용 네트워크 인프라에는 LTE-M, NB-IoT, 시그폭스(SIGFOX), 로라(LoRa) 등이 있는데, 국내의 경우 SKT에서는 로라를 사용하여 지난해부터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했다. KT와 LGU+는 NB-IoT를 이용해 올해 안에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이 네트워크 인프라 역시 공통 표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NB-IoT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편리함을 넘어선 사물인터넷, 저변 확대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 

KT는 2016년 말부터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LTE-M을 활용한 도시가스 원격검침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검침원이 각 가정을 방문하거나 거주자가 직접 사용량을 점검해야 했던 기존 가스 검침과 달리, KT의 LTE-M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 세대의 가스 사용량을 측정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사람보다 정확한 검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검침이 누락되는 일들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검침 소요 시간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부가적인 이득도 생겼다. 동시에 통신 장애나 기기 고장이 잦았던 기존의 원격검침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소했으며, 유지보수 비용 또한 기존 서비스보다 저렴해졌다. 

 

<집안의 조명, 난방, 가스 등은 물론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홈오토메이션>

 

이와 함께 요즘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에는 ‘스마트홈’이라고 부르는 홈오토메이션 서비스가 필수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전용 앱이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조명, 난방, 가스 등의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들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집안이 아닌 외부에서도 모든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GPS 센서와의 연동을 통해 거주자가 아파트 인근으로 접근하면 에어컨이나 난방을 미리 작동시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 준다. 게다가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자동으로 1층으로 내려보내 곧장 탑승할 수 있도록 철두철미한 서비스를 과시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과 서비스들을 선보였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부터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다. 주요 통신사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의 생활가전에도 사물인터넷이 기본 기능으로 탑재되고 있다. 

 

이렇게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많은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반갑지만, 한 가지 아쉬움도 있다. 제조사별로 또는 통신사별로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중인 제품 개수만큼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해서 제품을 구입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상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특정 분야에서 공통 표준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게 사실이기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사물인터넷 시장에 그것을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보다 빠른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 아니 모든 사물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의 의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공통 표준의 빠른 결정이 시급하다. 어떤 언어와 통로를 이용해 사물 끼리 소통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서둘러 사물인터넷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융합하려는 중소기업들과 전통업체들의 시간과 노력이 빛을 볼 것이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SW중심사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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