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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편집의 미래, 그리고 소프트웨어

SW중심사회 2017-03-16 6809명 읽음

 

 

중국 서북농림과학기술대학 수의학 연구팀이 최근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란 학술지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소 결핵에 내성이 있는 가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에 흡사한 인공지능 로봇도 척척 개발해내는 세상이니 가축 개발이 호들갑 떨 일도 아니겠지만, 소위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이하 크리스퍼)’를 이용해 결핵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암소 유전자에 삽입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가 변형된 가축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는 생명과학의 혁명으로 불리는 나노의학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란 쉽게 말해 DNA의 두 가닥을 절단해 게놈 배열을 삭제하거나 삽입하고, 대체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를 자유롭게 설계해 생물의 특성을 바꿀 수 있어 신의 영역에 비유되어 온 기술이다. 실제로 생명의 설계도가 들어가 있는 유전자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덕분에 생명체 전체를 맘대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유전자 조작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신의 영역에 도전해 왔다. 특히 생명체의 모든 정보가 DNA 안에 담겨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유전자를 변이해 뛰어난 종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1970년대에는 유전자 일부를 재조합해 약물과 농업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됐고, 1974년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실험용 쥐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1980년대에는 석유를 먹는 미생물 등이 특허를 받으면서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하나둘 선보였다. 

 

수년간에 걸친 유전자 공학은 우리 일상생활에 가까이 다가왔다. 1994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식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가 나오기도 했다. 부패를 억제하는 유전자를 지녀 맛과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토마토가 등장한 것으로,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연어, 날개가 없는 닭, 근육이 많은 돼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GMO 식품인 옥수수와 콩을 수입해 과자, 음료, 간장을 만들고 있다. 또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전자 공학은 인간과 밀접한 응용 연구로 이어졌다. 불임을 위한 유전자 치료 통해 3명의 유전자로 아이 1명이 태어난 것도 이때다. 간단히 말해 부모 3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빨리 성장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아쿠아 어드밴티지 연어(뒤쪽)> 

 


◇ 비용·시간 줄여준 획기적인 기술 등장

유전자 조작의 가능성은 열렸지만, 문제는 비용과 정확성이었다. 유전자 조작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이 소요되었고, 특정 부위만을 정확하게 잘라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점을 해결해 준 기술이 나왔으니 바로 게놈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이다. 크리스퍼가 등장하면서 게놈 편집에 필요한 비용을 무려 99%나 줄였고, 시간도 기존의 1년 단위에서 몇 주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크리스퍼는 전 세계 실험실에 게놈 편집을 개방한 혁명적인 사건을 불러왔다. 또한, 대상 세포를 잘라내는 정확도에서도 혁신을 가져왔다.  

 

20세기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모든 정보가 두 가닥의 DNA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DNA는 끝도 없이 긴 ‘염기’가 순서대로 달린 사슬 모양의 분자로, DNA에 달린 4가지 종류의 염기의 순서, 즉 염기서열이 유전 정보라는 것도 확인했다. DNA와 비슷한 유전 물질로 리보핵산(RNA)도 발견했다. DNA와 비슷한 구성 분자로 이뤄진 RNA는 세포 안에서 유전 정보의 일부를 복제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전달하며, 효소처럼 특별한 반응을 하거나 유전자가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세균이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으면, 외부 DNA를 잘라내는 특정 효소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세균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유전자를 자르는 가위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스퍼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다음의 예로 설명이 될 것이다. 세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자신의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주입해 세포를 빼앗는 성격을 갖는다. 이때 박테리아는 어느 정도 방어력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저항하지 못하고 죽는다. 물론 이 중에는 생존하는 것도 있다. 이들이 생존한 이유는 안티바이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티바이러스를 갖춘 박테리아는 바이러스 DNA를 자신의 크리스퍼에 필요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한다. 이후 바이러스가 다시 공격하면 저장해둔 바이러스 DNA를 복사해 카스9(Cas9)라는 단백질에 전달한다. 카스9 안에 보관한 DNA와 침투한 바이러스의 DNA를 비교한 후 위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배열이 100% 일치하면 해당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해 공격력을 빼앗는다. 

 

카스9의 이런 기능을 이용하면 이식하려는 DNA를 세포에 주입, 정확한 대상 세포의 DNA를 대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전에 나왔던 유전자 가위 기술보다 크리스퍼 기술이 높은 정확도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전에 나왔던 유전자 가위 기술을 ‘지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에 비유하기도 한다. 

 


◇ 유전자 결함 질병이 사라질 시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미세한 박테리아, 인간, 동식물 등 종과 관계없이 세포를 조작해 연구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크리스퍼를 이용해 HIV 바이러스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쥐를 대상으로 실험에서 50% 이상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크리스퍼는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도 불리는 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암은 세포 자체가 죽는 걸 거부하고 체내에 잠복한다. 하지만 면역 세포를 강화하면 암세포 발견도 쉬워진다. 만약 크리스퍼를 활용한 암 치료가 나온다면 미래 암 치료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재 알려진 바로는 유전자 결함 발생으로 인한 질병이 3,000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함이 있는 부분만 치료하면 질병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AS9 으로 유전자를 변형하여 말라리아 등의 질병 매개체가 아닌 무해한 모기를 만들고, HIV 바이러스를 제거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물론 이런 게놈 편집 기술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유전자 변형 인간 탄생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인 예다. 인간 배아를 편집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초기 실험을 해서 전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켰다. 기술과 윤리 문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지금도 치열하다. 지금은 게놈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런 요구가 기술 발전이나 윤리 변화에 따라선 완벽한 시력이나 큰 키, 근육질 몸매, 높은 지성 등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신의 영역을 건드리려는 시도로 바뀔 수도 있다. 또한, 윤리적 문제를 떠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인류 유전자가 몇 세대를 거치면 언젠가 사회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게놈 편집의 가능성 유무를 떠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밝혀진 부분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 악용의 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결국 이런 위험성을 줄이면서 기술 발전을 꾀하려면 그만큼 안전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기술·윤리적 과제 남았지만 진화, SW 혁신은 시작됐다

유전자공학은 어떤 면에선 인간에게 새로운 세대로의 진화를 불러올지 모른다. 이미 연구는 시작됐고, 전 세계적인 관심과 투자도 집중되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암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진단하는 장비와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인 미국의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은 최근 MS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와 아마존닷컴의 CEO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 등으로부터 약 1조 3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부인이자 소아과 의사인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 설립한 CZI 재단은 향후 10년간 약 3조 3,000억 원을 인류 질병 극복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재단은 뇌 이미지 처리에 사용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암세포 유전자 분석을 위한 머신러닝 기술, 전염병 진단을 위한 칩 등의 혁신 기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을 하고 있어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과학기술연구원 게놈통제센터의 로리 존슨(Rory Johnson) 교수가 스위스 베른대와 공동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실험을 쉽게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크리스페타(CRISPETa)’를 발표했다. 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다는 얘기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교정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거하고 싶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입력하면 최적의 유도 RNA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잘 모르는 연구자도 쉽게 실험에 참여하게 도와준다. 

 

이처럼 세상은 바뀌고 있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IT 기업들이 앞다퉈 생명공학과 유전자공학에 투자하고, IT와 BT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것도 변화의 일환이다. 지난해 MS는 영국의 컨설팅 전문업체인 미래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2025년 전후로 주목받을 직업 10가지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프리랜서 바이오해커(Freelance Biohacker)’였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해 보이지만, 이 직업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크리스퍼 덕분에 전 세계 수천 명의 과학자가 우울증, 자폐증, 알츠하이머 등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온라인으로 협업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프리랜서 바이오해커는 유전자 관련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문 직업인으로 활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생명공학과 유전자공학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인재 발굴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언어를 알려주는 코딩 교육에서 벗어나 융합형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다행히도 최근 SW중심사회 포털 통해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모듈형 교재가 공개되었다. 그중 하나로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부문이 포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컴퓨팅 사고력과 연계해 유전자 및 크리스퍼에 대해 이해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주려는 시도도 환영할 만하다.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해주는 선험자들의 지도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생명공학, 유전자공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소프트웨어의 저력을 일깨워주는 시도가 지속되어야겠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SW중심사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에서 소개된 크리스퍼 소프트웨어 모듈형 교재는 SW중심사회 포털의 ‘소프트웨어 교육→SW교재’ 코너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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