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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바꿀 디지털 경제의 모습 

SW중심사회 2017-04-06 5257명 읽음

 


국내 최초로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돌풍이 거세다. 문을 연 지 이틀 만에 가입자 수가 6만 명을 돌파했고, 대출 건수도 4,000건을 넘겼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가 1만 2,000여 건이란 사실을 고려해볼 때, 제1호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입자 증가세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높은 관심과 인기를 받는 이유는 1년 365일 24시간 온라인과 모바일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은 물론,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이자와 높은 예금이자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정기예금 금리는 연 2%대일 뿐만 아니라 직장인K 신용대출의 최저 금리도 2.73%. 빚을 잘 갚으면 다음 달 대출금리가 1% 포인트 내려가는 대출상품도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디지털 변혁이 심상치 않다. 올 초 ‘외환거래법시행령’과 ‘외국환거래규정’의 개정안의 입법 예고가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핀테크의 한 축을 이루는 모바일 해외송금 서비스가 가시화되었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고, 비대면 거래 확산을 위한 다양한 인증 기술과 서비스들도 하나둘 등장하면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기술의 혁신이 거듭되고 공유 경제가 확산되면서 가격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소비자 중심의 패러다임이 금융권에서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차세대 금융 기술들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에만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준 셈이다.  

 

금융 대변혁을 앞두고 우리가 예의 주시해야 할 기술이 하나 더 있다. 해외에서는 상당히 많은 금융기관이 이용하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이 그 주인공이다.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해 다보스포럼과 가트너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이자 2017년도 전략기술로 선정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인터넷이 지난 30~40년을 지배해온 것처럼 앞으로는 블록체인 혁명이 30년 이상 지배할 것이며, 차세대 핵심 기술로 모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 활용으로 인한 금융업계의 비용절감도 2022년 약 20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블록체인 기술에 전 세계가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중앙통제 방식이 아닌 분산형의 방식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무결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블록체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진 암호화된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 기반의 플랫폼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금융거래에 필요한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일은 일명 ‘거대중개자’에 해당하는 중앙기관의 몫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중앙기관이 없다. P2P 네트워크상에 있는 사용자 전원에게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분산시켜 정보의 위․변조를 막는다. 

 

<사용자 간에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디지털 경제를 변화시킬 블록체인 기술>

 

실제로 비트코인 거래를 예로 들어 블록체인의 동작 원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사용자 간에 비트코인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거래내역 정보가 생성된다. 그런데 이 거래정보는 생성되는 순간 P2P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백만 대의 컴퓨터에 공개되며, 10분 단위로 일종의 저장 단위이자 거래장부의 역할을 하는 ‘블록’에 담긴다. 그리고 블록에 저장된 거래정보를 사용자의 과반수가 동의해야만 앞서 만들어진 블록에 붙어 영구적으로 보관된다. 결국, 유효성을 검증받은 블록들이 시간 순서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붙으면서 블록체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용자들은 동기화된 블록체인 사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산전자장부’ 또는 ‘분산원장기술’이라고도 말한다. 

 

블록체인은 카드 승인이나 은행 이체 등의 거래정보를 카드사와 은행의 전산시스템에 기록 및 보관하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거래내역을 생성해 기록하고 검증하는 권한이 P2P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용자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쉽게 말해 50명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모든 신용거래 내역은 50명이 소지하고 있는 장부에 동일하게 기록 및 관리되어 누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았는지 하는 내역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상 블록체인의 거래정보를 조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정보를 조작하려면 수백만 대의 컴퓨터를 해킹해 거래에 연결된 모든 블록을 위․변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된 정보를 변경할 경우에도 해당 블록의 내용을 변경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블록에 변경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해 보안성을 높인다.

 

블록체인의 장점은 보안만 있는 게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개개인의 거래내역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되기 때문에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부패와 빈곤으로 토지 소유권을 한순간에 잃은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온두라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토지대장 데이터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아울러 돈을 빌리거나 하는 신용거래를 위해 자신의 신뢰성을 보장해줄 제3자를 끌어들이거나 정부와 은행, 신용카드사와 같은 거대중개자에게 소중한 개인정보를 넘겨주며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아도 된다. 중앙기관이 필요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동안 당연하게 지불하던 이체 수수료, 카드 수수료 등이 사라지거나 절감될 수 있고, 대량의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 투자하던 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도 단점은 있다. 기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수의 사람이 거래내역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특정인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보안이나 사이버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을 대체하기에는 한계 비용이 높다는 주장이나 금융권에 접목하기에는 기술적인 성숙도가 낮아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간과할 수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더리움. 체인 기술에 기반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또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지난해 이더리움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내에 들어와 운영 중이다.> 

 

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블록체인의 유형이 다양해졌다. 초기 비트코인 플랫폼으로 소개된 개념처럼 누구나 똑같이 거래장부를 공유하며 기록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함께, 사설화된 블록체인처럼 한 중앙기관이 내부 전산망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려면 해당 중앙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도 등장했다. 네트워크상의 거래장부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금융기관 또는 사용자들을 여럿 모아놓은 반중앙형의 컨소시엄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도 생겨났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5년 7월에 블록체인 2.0을 표방하고 나온 ‘이더리움(Ethereum)’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분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가상화폐 거래내역은 물론 계약서, 전자투표, 이메일 등 다양한 정보 기록을 가능케 했다. 또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나스닥은 지난 2015년부터 기존 변호사에게 의뢰하던 거래승인 절차와 비상장 주식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컨소시엄 블록체인으로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R3 중심으로 구성된 R3CEV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9월에 결성되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USB 등 50여 개 글로벌 금융기관과 국내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이 참여한 이 컨소시엄은 송금과 결제는 물론 주식, 보험, 부동산 등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기술 검증과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2개 은행에서 이더리움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정 조건이 만족되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계약 서비스의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 테스트를 시작하리라 예측한 대로, 싱가포르 통화청, 독일 분데스방크, 일본은행과 ECB, 프랑스 중앙은행 등이 결제 및 증권결제, 스마트계약 시스템을 연구 및 개발하며 테스트 중이다.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 모의시스템을 개발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혁신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거의 모든 금융권이 블록체인을 공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비금융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위․변조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신원관리, 각종 계약서와 공증, 지적재산권, 의료정보, 식품의 원산지 표시, 전자기기 정품인증 기록, 모바일 청구서, 전자투표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쓰인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두고 주목해야 할 대목은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경제사회의 형태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거래장부를 공유하며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구조가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특정 중앙기관이 아닌 다수에게 분산시키며 변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유통 체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켜 지적재산권 거래 모델을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과 유조뮤직>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 경제 주도권의 이동 가능성을 보여준 주인공은 몽환적인 목소리로 그래미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Imogen Heap). 그녀는 수년간 음악을 창작하면서도 금전적으로 공정한 대가를 받기 힘들다는 불만을 가졌고, 이를 타개하고자 신곡 ‘Tiny Human’을 블록체인 기반의 오픈 플랫폼인 유조뮤직(Ujo Music)에 공개했다. 스트리밍할 때나 다운로드할 때, 동영상에 삽입할 때 등 다양한 저작권 사례별로 비용을 구분하고, 함께 작업한 작곡가, 프로듀서, 가수 등에게 돌아갈 비용을 정해 원하는 이에게 원하는 목적대로 이용하게 했다. 덕분에 이모젠 힙은 누군가 음원을 구입할 때마다 저작권 유형에 따라 해당하는 비용을 자동으로 정산해 받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음원 제작사라는 중개자 없이 자신이 만든 음악을 팬에게 직접 판매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주도권은 사람이 아닌 기계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에 블록체인을 접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가령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집 안의 청소로봇이 고장이 났을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이 없다면 로봇을 수리하기 위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된 상태라면 청소로봇은 자가진단을 통해 고장 여부를 파악하고, 곧장 수리 로봇 시스템에 연결해 수리를 요청할 것이다. 또한, 사람이 지불했던 수리비도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로봇이 직접 지불할 수 있다. 이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사례로 소개한 이더리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내용이다. 

 

현재 공유경제의 대표 플랫폼으로 꼽는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서비스도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한 집을 누군가에게 공유하기 위해 상호 간의 신용을 보증하며 결제를 담당해주던 중개업체 에어비앤비에게 높은 수수료를 줄 필요 없이,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 자신의 집을 등록하고 필요로 하는 이에게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블록체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디지털 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벌어지는 기술의 혁신이 생산 활동의 주체인 기업들에게 디지털 경제 시대에 필요한 수익 모델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소비와 근로 활동을 주체인 개인의 역할은 점점 확대 중이다. 일상 속으로 다가오는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현실적으로 준비하며 맞이할 때가 되었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SW중심사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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