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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SW를 전공한다는 것

SW중심사회 2017-06-19 6145명 읽음

 

내가 컴퓨터 전공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집 근처의 컴퓨터 학원에 다닐 기회를 잡 을 수 있었다. 당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아이폰과 갤럭시의 경쟁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나도 자연스럽게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다. 앱을 잘 만들어서 돈을 크게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생겼다.

 

컴퓨터학부 새내기 시절

 

대학에 입학하고 선배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이산 수학과 C언어, 영어수업, 물리 등의 학과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C언어 수업시간, 우리는 시그윈(Cygwin)이라는 에뮬레이터를 통해 처음 문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한 몇몇 동기들은 시그윈의 설치부터 어려워하기 시작했고 익숙한 그래픽 기반의 윈도우의 GUI (Graphical User Interface)가 아닌 CUI(Character User Interface)와 명령어들을 익혀야 했다. 언어 자 체도 처음 사용해 보는데, 유닉스 명령어들까지 공부해야 했으니 전공은 너무 어려웠다. 검은 화면에 적힌 글자들 을 정해진 문법대로 매번 컴파일 해야 했다. 어느 교수님도 컴퓨터가 재미있는 것이라든지, 너희가 배운 언어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적응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나는 컴퓨터랑 맞지 않아’라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교육방식은 바뀌지 않고 있고 나는 학교의 환경이 처음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 하는 학생들에게 너무 불친절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도 선행학습이 필요한 건가?

 

2학기가 되자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전공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었다.
“창의적 공학 설계 프로젝트로 키넥트를 사용한 윈도우 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
객체지향에 대한 개념이나 C언어 문법도 완벽히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1학년들은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과제를 제시받았다.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거나 미리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들어온 학생들이 높은 학점 을 받았다. 당시 학생들은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학점을 매기는 것이 정당한 평가인지 한창 갑론을박하기도 했 다. 어쨌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내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은 컴퓨터를 공부하 는 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내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은 전공에 대한 애정과 상상력의 크기를 키워주었다.

 

2학년이 되어서야 Java와 객체지향, 자료구조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혼란스럽게 했던 작년의 경험은 두 개 념을 배우고 나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게임이나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만드는지 대강이나마 감을잡을수있었다.이렇게뭔가잡힐만할때가되면이나이대의대부분의남성들이짊어져야할 국방의의무 를 수행해야 했고 어떻게 수행할 지 결정을 해야 했다.

 

컴퓨터 전공이 흥미로운 점은, 사병으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 말고 병역특례라는 제도를 통해 IT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가 생기진 않았다. 병역특례 회사에서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을 병역특례 요원으로 선발하고 같은 조건이라면 먼저 프로그래밍을 배운 사람을 선발하고자 했기 때 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는 병과로 군생활을 하기 때문에 동기들 사이에서도 전공 실력의 격차가 생기 기 시작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전산병으로 군생활을 하였고 조금이나마 전공에 대한 지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취업을 향한 첫걸음, 유망한 전공이라고? 학생들은 여전히 두렵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면 누구나 그렇듯 취업시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찾아보게 된다. 대기업들은 입사시험에서 ‘문제해결’이라는 채용시험을 선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전공필수인 알고리즘 과목 이후로 선택과목인 ‘문 제해결’을 위한 수업은 딱 하나 뿐이고 그외에는 자율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학생들은 ‘문제해결’을 공부하는 소모
임이 통해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학과 내에서 매년 교내대회를 열지만 학생들의 관심 은 크지 않다. 사실 아직 대학을 다니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공부를 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목을 좋아한다. 4학년 때에 전공종합설계 과목이 있지만, 필수가 아니었고 이 과목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전공 과목도 주로 암기를 해서 시험이 주를 이루고 높은 학점을 요구받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고등학교에서 공부하 듯 암기에 집중하게 된다. 나는 이런 환경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괴리같은 것이라 고 느꼈다. 회사에서는 점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요구하는데, 학점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면 개발할 수 있 는 능력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다닌 대학은 소프트웨어 산업와 관련한 그나마 빠른 대응과 준비를 할 수 있는 모범적인 대학으로 알려져 있 어,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 막상 학생들의 입장에선 어떤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지 막막한 생각이 든다. 유망한 전공이라고 하지만 IT회사들의 좋지 않은 근무환경이나 현실이 언론을 타기도 하고 학생들은 정확한 정보 없이 회사에 지원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프로그래밍은 재미있고, 꿈을 이루는 일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 이야기한 것 같지만 여전히 나에게 프로그래밍은 재미있다. 어릴 때 레고를 만들며 느꼈 던 두근거림, 멋졌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요한 부품들을 하나하나 조립해서 원하는 기능을 하는 제품을 완 성하는 일, 실시간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고 발생하는 오류를 처리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 다. 최근에 생활코딩과 같이 프로그래밍에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나는 대환영이다. 간 단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일은 대단한 수학적 지식도, 비싼 도구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적으 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실제 산업에서의 개발자와 다른 직군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 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일은, 어릴적 꿈을 이루는 일과도 같다. 재미있는 게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 누군가가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상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나는 앞서 지적한 많은 문 제점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사고하고 쉽게 내가 만들고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회를 상상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SW중심사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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