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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로 재난을 조기에 경보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SW중심사회 KISTI의 과학향기 2018-12-17 257명 읽음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건물이 무너지고 담벼락이 갈라지는 등 시민들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특히 포항지진은 그 이전 해에 일어났던 경주지진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한반도가 안전지대가 아님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같은 재난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로 시야를 돌리면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재난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재난 극복은 인류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이지만,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이 그 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나노 레이저의 색을 통해 건물구조 이상 여부 파악

 

재난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무엇일까. 바로 조기경보다. 큰 위험이 닥치기 전에 작은 전조라도 미리 알 수 있다면 무고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경보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위험에 대처하려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 정부도 조기경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민안전안심위원회에서 정부는 지진 발생 시 건축물의 진동을 감지하는 보급형 센서를 개발하는 등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재난 발생을 조기 감지하는 센서 개발에는 나노기술과 정보통신(ICT)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의 전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주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가 필요하고 고감도 센서는 나노기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물리학과의 박홍규 교수팀은 ‘나노 레이저 압력센서’라는 고감도 재난 경보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압력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작은 변화에 반응하는 레이저의 파장 변화를 통해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나 외부 환경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

 

기본 원리는 이렇다. 레이저는 하나의 파장(색깔)만을 띠기에 레이저의 파장 변화를 이용하면 센서를 만들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유연한 기판에 나노 전자 소자를 배열해 크기가 빛의 파장 정도인 수백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정도로 매우 작고 외부 압력에 따라 특성 변화가 큰 나노 레이저 센서를 구성한 것이다.

 

이 레이저는 압력이 -10%에서 12%까지 변형되는 동안 약 26nm의 파장 변화를 보였다. 일반 레이저는 압력을 받으면 최대 0.6nm 가량 파장 변화를 나타낸다. 또 압력 크기 뿐 아니라 레이저 편광의 변화에 따라 압력이 가해지는 방향까지 시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센서개발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나노 레이저 센서를 건축물에 적용하면 지진이나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해 건물이 조금만 기울어져도 센서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색이 변하기 때문에 쉽게 이상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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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나노 레이저의 색 변화 모습. 가운데 정상 상태에 있는 나노 레이저를 오른쪽처럼 늘리자 보라빛으로 변하고 왼쪽처럼 압축하자 보라빛이 줄어든다. (출처: 고려대)

 

ICT를 적용한 재난 조기 감지 기술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지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난인 쓰나미 발생을 감지하는데 IC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부유체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여 인공위성과 교신하면서 바닷물의 높이 및 방향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아 쓰나미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지진 발생을 조기 감지하는 데 있어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지질연구소는 현재 지진 다발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 약 300여 개의 센서를 설치하여 지진 발생을 조기 감지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일단 지진이 발생하고 나면 그 확산 속도가 음속 수준 만큼이나 빠르기 때문에 이를 감지한다 해도 불과 10여 초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사람이 테이블 밑으로 숨는 등 최소한의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로 효과가 크다는 것이 미국의 지질연구소 측의 입장이다.

 

재난 구조 현장에 투입될 인간형과 곤충형 로봇 개발 진행

 

조기 경보를 통해 재난을 빨리 알린다 하더라도 발생하는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복구작업이 즉시 뒤따라야 하는데, 특히 인명구조 작업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돼야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현장의 인명구조 작업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숨어있다. 우선 벽에 금이 간 건물의 경우 추가로 붕괴될 수 있고, 가스파이프가 파손되면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구조대원들이 재난현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개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난구조 로봇이다. 재난구조 로봇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일 경우, 이를 대신하여 구조작업을 벌이도록 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재 현장일 경우 구조대원 대신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고, 생존자를 수색하여 구조하는 일을 로봇이 맡는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빠르게 사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존재는 로봇밖에 없다.

 

이를 위해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재난구조로봇대회를 열어 우수한 재난구조 로봇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 지난 2015년에 열린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재난구조 로봇인 ‘휴보(HUBO)’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대회의 미션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사람 대신 로봇을 들여보내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었는데, 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재난 특화용 로봇, DRC 휴보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과제를 수행하여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재난 구조 로봇 DRC 휴보는 나노기술의 총체다. 재난 현장에서 로봇은 차량을 직접 운전해 들어가고, 장애물을 피하고, 각목 더미를 보고 치우고, 문을 열고, 근처에 있는 장비를 찾아서 벽을 뚫고, 소방 호스를 연결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모두 해내기 위해서는 고성능 카메라와 고감도 레이저 센서가 주변 환경을 분석에 3D로 맵핑해야 한다. 또 시각정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행동을 제어하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시스템반도체가 필수적이다. 휴보 같은 로봇에 사용하는 센서와 반도체는 나노기술을 통해 집적률을 높여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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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재난구조로봇대회에서 우승한 휴보가 재난 구조 행위를 하는 모습. (출처: KAIST)

 

휴보가 인간 형태의 재난구조 로봇이라면 네덜란드의 델프트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제브로(Zebro)’는 메뚜기 모양으로 이루어진 로봇이다. 곤충처럼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보니, 재난 현장의 험한 지형이라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오디오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서 생존자의 목소리나 휴대폰 벨소리 등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색해야 하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구조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델프트공대 측의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조기 경보 시스템이나 재난구조 로봇이나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이 일으키는 거대한 재난에 비교하면 아직은 미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류의 위대함이 무엇인가.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인류의 장점 아니던가. 언제인지는 알 수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류의 지혜로 재난을 예방하고 생명을 구하는 일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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